골프 입문자부터 중급자까지, 아이언 구매나 교체를 앞둔 골퍼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두 이름이 있다. ‘국민 아이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버린 브릿지스톤 V300과, 투어 프로들의 실전 피드백을 집약해 가성비와 퍼포먼스를 모두 잡은 스릭슨 ZX5 Mk II (ZXi5)가 그 주인공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영원한 숙제인 ‘관용성’과 ‘타구감’, 그리고 ‘가산점’을 줄 수 있는 경제성까지 고려해 두 모델을 정밀 비교 분석했다. 특히 골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품가와 중고가 데이터까지 낱낱이 파헤쳤다.
1. [FACT] 기술적 설계와 스펙의 격차

브릿지스톤 V300 :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관용성’의 끝
V300 시리즈의 정체성은 ‘오프셋(Offset)’에 있다. 헤드 페이스가 샤프트보다 뒤로 물러나 있는 이 구조는 임팩트 시 페이스가 열려 맞는 것을 물리적으로 지연시켜 슬라이스를 억제한다. 초보들에게 슬라이스를 보정해준다는 것은 엄청난 거라는 것을 골퍼들은 알 것이다.
- 구조: 전형적인 캐비티 백 디자인으로, 무게 중심을 낮고 깊게 배치했다. 이는 공을 쉽게 띄우고 미스 샷에서도 거리 손실을 최소화하는 핵심 동력이다.
- 타구감: 연철 단조(S20C) 소재를 채택해 부드러운 손맛을 극대화했다.

스릭슨 ZX5 Mk II: 인공지능이 설계한 ‘스피드’와 ‘탈출력’
스릭슨은 ‘메인프레임(MainFrame) Mk II’ 기술을 통해 페이스의 반발력을 극대화했다.
- V.T. 솔(Sole): 스릭슨만의 독자적인 V자형 솔 디자인은 임팩트 후 잔디를 빠져나가는 속도를 높인다. 소위 ‘채가 잘 빠진다’는 느낌은 여기서 온다.
- 소재 혼합: 연철 단조 바디에 고강도 SUP10 페이스를 결합했다. V300이 순수한 부드러움이라면, ZX5는 탄성이 느껴지는 ‘쫀득한’ 타구감을 제공한다.
2. [MONEY] 지갑 사정 고려한 신품·중고가 정밀 분석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납득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두 모델의 시장 가격을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지점이 발견되었다. (가격은 판매처 및 보관 상태에 따라 상이할 수 있음)
| 비교 항목 | 브릿지스톤 V300 (9세대) | 스릭슨 ZX5 Mk II |
| 신품 출시가 | 약 140~160만 원 (8아이언) | 약 110~130만 원 (7아이언) |
| 중고 시세 | 약 110~125만 원 (최신형 기준) | 약 80~95만 원 (A급 기준) |
| 감가율 | 매우 낮음 (가격 방어의 신) | 보통 (실사용자 위주 거래) |
| 환금성 | 당근마켓 올리면 1시간 컷 | 적정 가격 올리면 1~2일 내 판매 |
V300은 ‘금권(金權)’이다: 신품 가격은 비싸지만, 중고 가격이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소위 ‘감가 방어’가 전 차종 중 벤츠 G바겐급이다. 비싼 돈 주고 사도 나중에 되팔 때 손실이 적다는 점이 최고의 심리적 위안이다.
ZX5는 ‘실용주의’다: 신품가 자체가 V300보다 저렴하게 형성되어 있어 초기 진입 장벽이 낮다. 중고 가격 또한 합리적이어서, “아이언에 150만 원 태우기는 좀…”이라고 생각하는 실속파 골퍼들에게 최상의 대안이 된다.

3. [INSIGHT] 브랜드 권위주의와 실용주의 사이의 갈등
데이터를 넘어선 현장의 목소리는 조금 더 입체적이다. V300을 선택하는 행위는 일종의 ‘안전한 자산 관리’와 같다. 이는 클럽의 성능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들이 다 쓰니까 나도 쓴다”는 한국 특유의 군집 심리가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반면 스릭슨 ZX5는 ‘실용적 매니아’들의 선택이다. 과거 스릭슨이 상급자 전용이라는 편견이 있었으나, ZX 시리즈 이후 그 경계가 허물어졌다. 특히 필드 잔디 위에서의 성능은 ZX5가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V300이 연습장 매트 위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연습장 모범생’이라면, ZX5는 거친 러프와 다양한 라이(Lie) 환경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필드 야생마’에 가깝다.
4. [HUMOR] 골퍼의 자존심, 그리고 ‘장비질’의 미학
냉정하게 말해보자. 물론 지금부터 하는 말은 다 뇌피셜이지만, 필자의 상상은 그렇다. 골프장에 가서 캐디가 내 가방을 열었을 때, V300이 꽂혀 있으면 캐디는 속으로 생각한다. “아, 오늘 진행은 무난하겠구나.” 하지만 ZX5가 꽂혀 있으면 “오, 이 사람 장비 좀 아는데? 좀 치나 본데?”라는 무언의 기대감을 품는다. (물론 첫 홀 티샷에서 뱀 샷이 나오는 순간 그 기대감은 거품처럼 사라지겠지만 말이다.)

V300은 마치 ‘아반떼’와 같다. 국민차라는 타이틀답게 어디서든 환영받지만, 주차장에서 내 차를 찾기 힘든 것처럼 골프장 그늘집 앞에서도 남의 가방을 내 것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남의 7번 아이언으로 홀아웃했다는 전설적인 아재들의 무용담은 지금도 들려온다.)
반면 ZX5는 잘 빠진 ‘제네시스 G70’ 같은 느낌이다. 적당히 젊어 보이고, 적당히 고성능이며, 무엇보다 “난 남들과는 조금 달라”라는 소심한 반항기를 표출하기에 제격이다. 물론 두 클럽 모두 ‘치기 쉬운 채’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장비 탓을 하기엔 이미 클럽들이 너무 좋아졌다. 문제는 언제나 클럽 끝에 매달린 ‘사람’이다.
5. [CONCLUSION] 스코어를 결정지을 최종 선택
종합 분석 결과, 두 모델의 선택 기준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런 골퍼는 ‘V300 9세대’가 정답이다.
- 슬라이스가 고질병이라 공이 왼쪽으로 좀 휘어주길 간절히 비는 분
- “아이언은 무조건 손맛”이라며 부드러운 타구감에 집착하는 분
- 나중에 되팔 때 10만 원이라도 더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분
이런 골퍼는 ‘스릭슨 ZX5 Mk II’가 정답이다.
- 연습장보다는 필드 실전에서의 탈출력과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분
- 너무 멍청해 보이는 뚱뚱한 헤드보다는 날렵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분
- 브랜드 인지도보다 성능 대비 가격(가성비)을 최우선으로 하는 합리적 골퍼
만약 당신의 구질이 우측으로 터지는 슬라이스라면 고민하지 말고 V300의 품에 안겨라.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정타를 맞추기 시작했고, 필드에서 ‘멋’과 ‘성능’, 그리고 ‘지갑 경제’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면 ZX5를 선택하는 것이 골프 인생의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차피 연습 안 하면 둘 다 안 맞는 건 똑같으니, 차액으로 레슨을 한 번 더 받는 것도 방법이다.



